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3년 개봉작 오펜하이머는 개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를 자멸의 길로 몰아넣는 비극적인 역사를 풀어낸 작품입니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세계에 핵을 가져온 손의 무게는 내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영화 오펜하이머입니다.
영화의 줄거리 요약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1943년, 오펜하이머와 그가 이끄는 과학자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가진 원자폭탄 개발에 나섭니다. 1945년 7월 16일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실시됐고, 높이 15km, 폭 1.5km에 이르는 버섯 모양의 불꽃이 피어났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이었습니다. 그해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6만여 명이 즉사하고 충격파로 인해 반경 2km 이내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사흘 뒤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번째 원자폭탄은 3만 6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게 됩니다.
영화로 배우는 역사 이야기
맨해튼 프로젝트의 개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미국 주도로 진행되었으며 영국과 캐나다 자치령이 참여한 핵무기 개발 계획입니다. 이 계획은 극비로 진행되었으며, 미국은 세계 최초로 핵분열 반응을 활용한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미국의 과학자 아카데미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당시의 미국 저명한 물리학자들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엔리코 페르미, 존 폰 노이만,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 해롤드 애그뉴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 계획은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니라 군사 작전으로서, 미국 전쟁부(현 국방부)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데 관여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미 육군 소장 레슬리 그로브스였으며, 그는 프로젝트 시작 시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한 후 소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문헌에서 그로브스 소장으로 언급됩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정
이 프로젝트는 1939년에 헝가리 출신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가 제안하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쓴 편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13만 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고, 비용은 당시 20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3년 기준으로는 약 330억 달러, 한국 원으로 환산하면 약 39조 9,600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두뇌들이 참여했으며, 아인슈타인 본인은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편지를 통해 프로젝트에 기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 독일이 우라늄 공급을 중단하면서 미국은 독일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그의 사망 이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완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나치 독일로부터 미국과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라는 목적으로 예산이 무한정 지원되었고, 결과적으로 거대한 공학 프로젝트로 발전했습니다. 핵분열의 엄청난 힘을 다루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최종적으로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의 폭격연습장에서 인류 최초의 핵폭탄 실험이 성공했으며, 이 실험은 트리니티 실험이라고 불리며 사용된 폭탄은 "가젯(gadget)"이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군사 작전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명목상 총책임자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진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아니라 레슬리 그로브스 미 육군 소장이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으로 참여했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총괄 지휘와 예산 관리, 보안 유지, 부지 및 원료 계약 등의 역할을 그로브스가 맡았습니다. 그로브스는 펜타곤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임명되었으며, 그의 결정력과 능력으로 맨해튼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일본 제국의 항복
제2차 세계 대전 중, 압도적인 연합군의 군사적 우세와 그로 인한 연이은 패배, 경제 및 시설물의 붕괴로 인해 전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1%도 남아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국은 1억 총옥쇄, 반자이 어택, 카미카제 등 발악에 가까운 무의미한 저항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려 2번이나 원자폭탄 투하를 경험한 일본은 힘의 차이를 명확히 깨닫고, 무조건적으로 항복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의 핵폭탄 사용이 논란이었지만 후대에 공개된 비밀문서들로 인해 미국 정부가 큰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인해 일본은 사실상 전쟁에서의 모든 가능성을 상실하고 항복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항복에 대한 의견 충돌이 있었으며,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자 미국은 나가사키에 또 다른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또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요 과학자들 중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원자폭탄 사용에 반대했습니다. 이로 인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성공 후, 과학자들은 환호하지 않았고 파티를 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원자폭탄 사용에 대해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당시 미국의 여론이 독일과는 달리 진주만과 같은 민간인이 있는 지역을 공격한 일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 폭격이 인도적으로 비난받았지만, 도쿄 대공습과 맨해튼과 같은 일본 공격은 국민적으로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상평
이 영화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의 화제를 모으는 감독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그의 이 작품은 블록버스터 감독으로서는 더 이상 예상하기 어려운 전기 장르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한 후, 이 작품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작가적인 세계에 근접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전기 영화는 종종 관습적인 시간 흐름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관습을 뛰어넘어 감독의 독특한 스타일과 감정적인 연출로 큰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종종 결말을 미리 암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결말이 아닌 플롯과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이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시대극입니다. 시대극은 대부분 관객들이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영화는 그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도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또한 조연들이 주인공을 도울뿐 아니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내는데 기여하며, 감독의 미덕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펜하이머는 모순적으로 묘사됩니다. 그는 양자역학에 대한 열정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나치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연구에 착수합니다. 그의 유대인 출신이라는 사실이 그 모순을 더욱 부각합니다. 감독은 그의 이러한 모순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탐구하며, 이 작품은 감독의 작가적 세계를 완벽하게 대표합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주인공과의 관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그 관계의 분열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인간의 모순과 인생의 미묘한 요소들이 어떻게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며 결말을 이끌어내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어리석은 인간이며, 시대의 파동 속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일본 관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받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표현하고, 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작품은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걸작을 추가한 것으로, 영화 팬으로서 큰 감사의 말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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