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2019)은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을 해석해 보고 감상후기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기생충의 줄거리 소개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전원이 백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서로 사이가 좋습니다.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소개해 준 고액 과외 자리는 가족에게 고정 수입의 희망을 싹트게 해 줍니다. 기우는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를 받고 박사장(이선균)의 집으로 향하게 되고, 글로벌 IT 기업의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지게 됩니다.
기생충의 주요 장면 해석
암시 : 기우의 친구 민혁이 건네준 수석의 의미
이 수석은 재물과 행운을 불러온다는 '산수경석'입니다. 실제로 기택의 집으로 들어온 이후, 재물과 행운이 들어오긴 하지만 계획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기우는 수석에 대해 상징적이라며 긍정적으로 얘기하지만 충숙은 먹지도 못하는 것을 가져왔다며 못마땅해합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충숙도 이 수석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것은 수석이 당장은 쓸모가 없지만, 결국에는 가족이 살아갈 근거가 되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이 생겼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위기 : 폭우의 의미
폭우가 내리면 상류층인 박 사장 가족에게는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작은 불편함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류층인 기택의 가족에게는 하수도가 역류하고 누전이 되며 집이 침수되는 생존의 위협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다음 날, 마당에 설치한 미제 인디언 텐트조차도 아이의 장난감과 같이 완벽하게 보호되어 물에 젖지 않습니다. 연교는 "비 오는 날에는 미세먼지가 없어서 날씨가 좋다"며 맑은 날씨에 비싼 옷을 입고 음식을 가득 깔아 두며 파티를 준비합니다. 이렇듯 폭우는 상류층에게는 잠깐 동안의 해프닝일 뿐이었고 오히려 맑은 날씨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하류층에게는 생활이 파괴되는 재앙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물은 응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기택 가족이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에서 이웃 주민들이 퍼내는 오수가 섞인 물을 수차례 맞게 됩니다. 이를 생각하면 노상방뇨한 취객을 물로 응징한 것과 유사하게, 기택 가족은 그동안의 거짓말에 대한 응징을 받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위가 올라갔다고 느꼈던 그들은 여전히 취객과 같은 반지하에 묶여 있습니다. 이는 폭우가 내리는 것과 같은 위기가 발생해도, 상류층보다는 하류층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절정 : 하류층의 근거 없는 존경과 상류층의 무관심
근세가 아무리 도와달라고 모스 부호를 보내봐도, 박 사장과 그의 아들 다송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재미있는 놀이로만 여깁니다. 또한, 박 사장을 떠받들고 존경하던 근세가 박 사장과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 "리스펙!"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박 사장은 "저를 아세요?"라며 의아해합니다. 하류층의 입장에서는 상류층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들을 동경하고 추종하지만, 정작 상류층은 그런 사람들이 존재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풍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근세는 박 사장을 그렇게 존경하면서도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이는 그 존경이 현실에 존재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 따와서 자신만의 구원자를 섬기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상 후기
영화의 내적인 완성도나 외적인 커리어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전에 굉장히 재밌는 영화 한 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스토리와 이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상당히 강해서 두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단 한 차례의 지루함도 없었습니다. 촬영, 편집, 조명, 음향 등 다양한 영화의 연출적 요소 중 하나가 눈에 확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 어느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냉철한 시선으로 바뀌며 서늘한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사회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싸우기도 하고, 관망하기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자유자재로 모두 해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해야 할 말을 어렵게 하지 않고 쉽게 풀어나가면서도 재미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던 봉준호 감독의 능력이 여실히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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