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의 2018년 개봉작 리틀 포레스트는 모자란 것도, 차오르는 것도 없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처럼 정갈한 드라마입니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명랑하게 다가오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을 통해 삶에 지친 당신에게 힐링레시피를 건네봅니다.
영화의 줄거리 요약
"잠시 쉬어가도,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아."
시험, 연애, 취업...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납니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작품의 심층 분석, 원작과의 비교
작품의 방향성
솔직히 말해서 임순례 감독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원작과 일본판 영화와는 달리, 임순례 감독은 주로 개인과 그 개인의 사회적 관계를 중심에 두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원작과 유사한 틀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만의 정감 있는 시골 분위기와 임순례 감독만의 민감한 감성으로 새롭게 재탄생했습니다.
새로운 접근과 시선
기본적인 설정이나 음식은 달라졌어도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 등은 원작과 유사합니다. 주인공이 도시 생활에 지친 뒤 고향으로 돌아와서 미묘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는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핵심 차이점은 시선과 접근 방식입니다. 원작과 일본판에서는 주변 인물이나 주인공이 사는 마을의 이야기가 크게 강조되지 않았지만, 한국판은 이런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관계와 공간의 상호작용
원작, 일본판, 한국판 모두 주인공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지만, 한국판은 관계와 공간 간의 상호작용에 더 큰 주목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접근으로, 임순례 감독이 그린 시골은 다소 다른 느낌을 줍니다.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도시의 냉담한 사회적 관계와 정반대로, 가깝고 끈끈한 소통을 통해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이 무시할 수 없는 현실로 그려집니다. 또한, 영화에는 원작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인해 생기는 난관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평
임순례 감독의 작품은 가상공간을 만들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는데, 리틀 포레스트도 이 점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시골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원작과 마찬가지로 시골에서의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면서, 그 즐거움은 시골 특유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이 멀어진 지역과 공동체와의 재회 및 소통을 통해 얻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이러한 소통이 항상 원만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주인공은 주변 환경을 다시 평가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관계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또한, 주인공 역할을 맡은 김태리의 연기 역시 새로운 시선과 접근 방식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미 아가씨, 문영, 1987 등을 통해 그녀의 연기력은 검증되었지만, 리틀 포레스트에서 그녀는 시골 생활의 감정적인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며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기주, 류준열, 문소리 등의 조연 배우들 역시 적절한 위치에 잘 어울려 전체 캐스팅이 완벽하게 조합되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애 노선 구축의 함정은 피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작이나 일본판 영화의 개인 중심 시선을 즐겨보던 관객에게는 이번 한국판에서의 확장된 시각과 다른 관점이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임순례 감독이 새롭게 해석한 리틀 포레스트의 세계와 캐릭터에 흥미를 가질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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